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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가 영화 <램 Dýrið> 리뷰카테고리 없음 2022. 2. 17. 11:32
악마를 사랑해서라도 채우고 싶은 공허함
※ 스포일러 주의
오늘 저녁 CGV아트하우스에 방문해서 스웨덴 영화 <램>을 봤습니다. 예고편이 굉장히 인상 깊고 무서운 영화일 것 같아서 관람했거든요. 물론 예상과 달리 램은 보편적인 공포영화는 아니었죠. 대신 섬뜩하고 여운이 남는 영화였어요.
영화는 시작부터 목장에서 일하는 마리아와 잉그바르 부부를 보여줍니다 양떼목장을 운영하는 부부는 아이를 잃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어린 양이 태어날 때마다 어미 양 못지않게 기뻐한다. 그러던 어느 날. 언제나처럼 어린 양이 태어나고 반은 양, 반은 인간의 신기한 아이가 태어납니다. 그러나 부부는 이씨를 자식처럼 돌보기 시작합니다.
영화가 섬뜩한 분위기를 풍기긴 하지만 자극적인 장면에서는 관객을 몰지 않아요. 어떻게 보면 공포영화보다는 사랑을 갈구하는 부부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죠. 보통 영화에서는 반인반수 짐승이 태어나면 놀라거나 병원에 가는 장면이 있는데 부부는 언제 그랬냐는 듯 반인반수 아다를 어린아이처럼 돌봅니다. 죽은 듯이 목장 일만 하던 부부에게 아다가 생기면서 활기가 생깁니다.(영화도 초반엔 무척 지루하지만 아다가 등장하면서 본격적으로 재미있어지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아다의 정체는 악마가 암양을 약탈해 낳은 양이었어요. (스포일러라는 것도 저건 수양이 악마를 상징한다는 건 상식입니다) 그런데 이들 부부는 평범하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사랑해 줘요. 옳지 못하다는 걸 알면서도 사랑하는 사람의 심리는 뭘까요?
영화에는 마리아 부부와 다른 사람들이 있습니다. 잉그바르 형 피에튀르예요 하지만 피에튀르와 마리아는 과거에 연인이었거나 피에튀르가 짝사랑을 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영화 내내 피가 튀어 나올 틈만 있으면 동생 몰래 마리아에게 구애를 해요. 하지만 마리아는 그런 피에튀르의 구애를 한사코 거절하죠. 인간에게는 선을 넘어서는 안 되는 욕망이 있습니다. 마리아에 대한 피에튀르의 사랑도 그렇고, 마리아 부부의 악마의 아들, 아다에 대한 사랑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얼마나 허망한 일인데 악마의 자식마저 사랑하게 되었을까요.
영화의 끝 잉그바르는 악마의 손에 의해 죽고 악마는 아다를 데리고 떠납니다. 마리아는 죽은 잉그발을 발견하지만, 아다가 악마의 손에 붙잡혀 떠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아요. 그런데 마리아의 표정을 보니 뭔가 악마의 존재 혹은 아다의 정체가 무엇이었는지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악마의 자식을 사랑해서라도 외로움을 이겨내고자 했던 마리아의 마음을 생각하면 왠지 씁쓸해요.
위에서도 말했듯이 이 영화는 다른 공포영화와 많이 다릅니다. 놀라는 무서운 장면보다는 섬뜩하고 기괴한 공포를 유발해요. "영화 초중반에는 공포의 대상을 노골적으로 보여주지 않고 서서히 간접적으로 묘사해 관객의 심장을 조이지만, 후반부에는 정반대로 악마를 노출시켜 관객을 놀라게 합니다" 그리고 정적인 영화이기 때문에 자극적인 컷 전환보다는 롱 테이크가 많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락 공포영화를 즐기시는 분들께는 권하지 않습니다.
나름 오락적 공포영화를 기대하고 봤는데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섬뜩한 공포 속에서 고독한 사랑, 금지된 사랑이 떠오르는 기묘한 경험이었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에 영화 <배리 린든>에도 쓰인 사라밴드 음악이 나와서 신선했어요.
이상으로 포스팅을 마치겠습니다.